주 4일제
한 주 5일 -> 4일 근무
주 4일제는 한 주에 5일을 근무하던 것에서 4일을 근무하는 제도입니다. “월~금” 에서 “월~목” 으로 바뀌는 것이죠. 회사에 따라 수요일을 쉬거나 월요일을 쉬는 회사도 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어느정도 규모가 되는 회사들 중에선 한달 내내 주 4일을 하는 회사는 없고 한 달에 한 번, 또는 한달에 두 번 정도 주 4일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딱 하루만…
월요일 아침 출근 하려면 어딘가 뻐근하고 아직 몸이 덜 풀린 느낌이 납니다. 딱 하루만 더 쉬었으면 하는 생각을 매 주 하게 됩니다. 월요병일수도 있고, 쉼이 부족했을 수도 있습니다. 쉼이 부족했다면 하루 정도 더 쉬면 좋겠죠.
주 4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저의 월요병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임직원들과 6개월 정도 논의 하면서 매 짝수 주에 주 4일제를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TSN Lab의 주 4일제
주 4일제를 시행하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는데, 저희는 이러한 방법을 적용했습니다.
- 직원 개인당 원래 20일의 휴가가 있었습니다.
- 매 월 짝수 주 금요일에 0.5일 휴가를 사용하면 회사에서 0.5일 휴가를 추가로 제공합니다.
- 주 4일제를 사용하면 개인 휴가를 총 12일 사용하기 때문에 주 4일제를 쓰기 싫어하는 직원들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금요일에 0.5일 휴가를 사용하면 주 4일제가 적용되는 것이고 휴가를 안 쓰면 기존대로 연 20일 휴가를 쓸 수 있습니다.
주 4일제를 풀로 사용하면 개인 휴가 12일을 사용하게 되고, 회사에선 12일 추가 휴가를 제공합니다. 개인 휴가 20일 중 12일이 빠지기 때문에 주4일과 무관하게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휴가는 8일이 됩니다. 물론 주 4일을 사용할지 말지는 개인이 정합니다.
첫 번째 주 4일제
TSN Lab은 2024년 2월부터 매월 짝수 주에 주 4일제를 적용합니다. 지난 2월 23일은 주 4일제가 처음 적용된 날입니다. (2월 9일은 설 연휴였습니다). 전체 임직원 중 2명(저하고 AI팀의 1명)을 제외하곤 모두 주 4일제를 사용했습니다. 아래는 주 4일제에 대한 반응입니다.
전체 인원의 75%는 주 4일제를 시행해 매우 좋았다고 답변했습니다. 휴일에는 그 동안 밀려있던 개인 업무(은행, 관공서 등), 전공 공부, 휴식 등으로 활용했다고 합니다. 특히 토요일처럼 하루 쉬었는데, 토요일이 하루 더 있어서 좋았다는 답변이 두드러집니다. 25%는 매우 좋진 않고 그냥 좋았다로 답변 했는데, 이렇게 놀아도 되나 하고 불안감이 들었다, 회사 일이 많은데 4일만 일해서 문제 없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혼자 쉬지 않고 팀 전체가 함께 쉬어서 좋았다고 합니다.
주 4일제에 대한 세계적인 반응
우리나라는 주 4일제를 시행한 결과에 대한 통계가 찾아보기 힘들지만 유럽 중심으로 주 4일제에 대한 여러 통계가 있습니다. BBC의 기사를 따르면 2022년 미국과 아일랜드에서는 33개 기업을 대상으로 6개월 간 주 4일제를 시범 운영하였고 생산성, 복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합니다. 영국도 2022년 7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을 하였고, 86%의 기업이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리서치에서 실시한 여론조사가 있습니다. 여론조사 내용을 보면 저희 회사에서 주 4일제 실시 전에 했던 결과와 매우 유사합니다. 요약하면 1. 주 4일제를 찬성한다, 2. 임금 감소는 없으면 좋겠다, 3. 금요일에 쉬면 좋다는 의견입니다.
경영자 입장에서 주 4일제
경영자 입장에서 주 4일제는 무모한 도전입니다. 그렇잖아도 개발자가 모자란데 주 4일제를 하면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금요일에 전화 오면 누가 대응하지? 하는 별별 걱정이 앞섭니다.
먼저 우리나라는 직원 1인당 노동생산성이 OECD 기준 최하입니다. 노컷 뉴스 기사를 따르면 국회예산정책처 ‘2023 대한민국 경제’ 자료에 인용된 OECD 국가별 노동생산성을 비교하면 대한민국은 슬로바키아, 헝가리, 그리스, 칠레, 멕시코, 콜롬비아와 함께 최하위권에 속해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가만히 앉아 멍때리는 시간이 많다는 뜻입니다.
노동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업무의 집중도를 높이고 업무 시간이 아니라 업무 결과에 비례한 보상을 하는 것입니다. 업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업무를 완수한 양에 따라 보상을 하는 것입니다. 이게 말은 쉽지만 그 시스템을 갖추어 가는 것은 어렵습니다.
주 4일제를 시행하면서 집중해서 일을 잘 하는 사람에겐 철저히 보상하고, 집중을 못 하고 성과를 내지 못 하는 직원들에겐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주 4일제이 전제 조건입니다.
지금 그리고 앞으로
TSN Lab은 2024년 2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주 4일제를 적용합니다. 주 4일제 시행 후 직원 만족도, 업무 향상 정도, 회사 재정 소요, 개인 휴가 사용 통계, 지각 통계 등 주 4일제의 효용성을 측정할 수 있는 데이터를 수집해 정식 제도 채택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일을 잘 하는 사람들에게 주 4일제는 회사와 직원 모두에게 좋은 제도입니다. 집중해서 일하고, 충분히 쉬면서 자기 계발을 하며 회사와 직원 모두 성장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반면 일을 못 하는 사람에겐 주 4일제는 회사에서 퇴출될 가능성을 높이는 제도입니다. 업무 시간에 집중하지 못 하고 자기 계발에 소홀하면 일을 잘 하는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인 격차는 점점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6월 말쯤 통계 자료가 나오면 주 4일제 결과에 대해 긴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